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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 Studies/Economics

20. 기축통화

by sonpang 2021.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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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통화 기준은 '국력'

세계 최초 기축통화는 로마 화폐

초강대국 없던 15~16세기 유럽, 40종 넘는 화폐 통용되기도

 

차기 기축통화는?

2차 대전 후 달러화 독주 지속

유로, 엔화, 위안화 유망…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도 거론

 

 

20.01. 기축통화의 과거, 현재와 미래

중국 위안화가 2016년 10월 1일부터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구성하는 통화에 정식으로 편입되었습니다. SDR(Special Drawing Rights)은 IMF 회원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담보 없이도 인출할 수 있는 가상의 통화를 말합니다. 이전까지는 미국의 달러화, 유로존의 유로화, 영국의 파운드화, 일본의 엔화 등 4개 통화가 바스켓을 구성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중국의 위안화가 새롭게 들어간 것입니다.

이에 따라 중국이 경제굴기(經濟崛起)에 이어 통화굴기 또는 금융굴기의 교두보를 만들면서 위안화가 조만간 미국 달러화에 버금가는 세계의 기축통화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통화를 기축통화라고 부르는 것이며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 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0.02. 기축통화국은 외환 위기를 겪지 않아

“대외부채가 아무리 많아도 절대로 외환위기를 겪지 않을 나라가 지구상에 딱 한 나라가 있다. 어느 나라일까요?” 1997년 말 우리나라가 한창 외환위기를 겪고 있을 때 워싱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필자가 던진 질문입니다. 일부 참가자들이 잘 나가던 한국이 어떻게 하루 아침에 외환위기를 겪는 나라가 되었냐, 도대체 어떻게 외환관리를 했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면서 한국은행 워싱턴사무소에서 근무하는 필자를 겨냥해 목소리를 높이는 바람에 분위기가 격앙되었었습니다. 코너에 몰린 필자가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항변이었지요. 미국인이 대부분이었던 참가자들의 입에서 스스로 ‘미국’이라는 대답이 나오면서 세미나 분위기가 차분해졌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미국이 절대로 외환위기를 겪지 않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달러화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통용될 뿐 아니라 누구나 선호하는 통화이므로 필요할 경우 찍어내면 되기 때문입니다. 달러화는 미국 제1의 수출품으로 100달러 지폐의 60% 이상이 미국 외에서 통용되고 있다는데요, 달러화가 국제적으로 ‘가치저장, 교환수단, 회계단위’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달러화를 기축통화라고 부르는데요, 기축통화(基軸通貨∙Key Currency)는 말 그대로 전 세계의 수많은 통화 중에서도 가장 기본 또는 기준이 되는 통화를 의미합니다. 달리 표현하면 국제간의 결제나 금융거래시 거리낌없이 서로 주고받는 통화를 말합니다. 국제원유 가격이나 국제 금값을 1배럴 당 몇 유로, 1온스 당 몇 파운드로 표현하는 뉴스를 들어본 적이 있으십니까? 원유와 금은 물론 구리, 쌀, 옥수수 등 원자재의 국제거래가격은 달러로만 표시되고 있습니다.

 

달러화처럼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통상 4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세계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어야 하고, 두 번째는 환율이 안정되어 통화 가치의 급속한 하락 위험성이 없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모든 국제거래에서 폭 넓게 사용되는 교환성이 있어야 하고, 마지막 네 번째는 금융의 국제화와 개방화가 폭 넓게 진전된 선진화된 금융시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조건을 죄다 갖춘 통화가 달러화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달러화에 미치지는 못 하지만 4가지 조건을 상당히 충족시키는 통화로는 유로존의 유로화, 영국의 파운드화, 일본의 엔화를 들 수 있습니다. SDR의 구성통화이기도 한데요, 여기에 중국의 위안화가 편입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기축통화의 위상은 여러 가지 척도로 가늠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각국의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표적입니다.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달러화가 60%를 넘고 있고 유로화가 20% 안팎입니다. 일본의 엔화와 영국의 파운드화가 각각 4%대 수준이고 중국의 위안화는 1% 미만입니다. 아직은 위안화의 위상이 호주 달러화와 캐나다 달러화에도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지요. 그 이유는 위안화가 앞서 언급한 기축통화로서의 4가지 조건 중 첫 번째 조건(경제력)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3가지 조건에서 크게 못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3. 세계 최초 기축통화는 로마의 '데나리우스'

현재는 미국 달러화가 세계 제1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전에도 기축통화는 시대별로 여럿 있었습니다. 옛날에도 국가(지역)간 무역을 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되는 통화가 필요했기 때문이지요. 세계 최초의 기축통화는 2000년 전 로마의 통화였던 데나리우스로 보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이탈리아는 물론 멀리 영국까지 포함한 남유럽과 터키, 이집트 등 지중해를 내해(內海)로 두고 있던 대제국 로마가 발행한 은화(銀貨) 데나리우스는 활발한 무역을 가능케 하였습니다. 당시 금 생산량의 부족으로 금화(金貨)였던 아우레우스보다 은화였던 데나리우스가 훨씬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습니다.

 

로마제국이 동∙서로 분열된 뒤에는 동로마제국이 발행한 금화(金貨) 솔리두스가 기축통화의 역할을 이어받았습니다. 대제국 로마가 힘을 잃는 가운데 데나리우스의 은(銀) 함유량이 크게 떨어지면서 통화로서의 지위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베잔트라고도 불리던 솔리두스는 십자군이 동로마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는 13세기까지 기축통화의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솔리두스 이후에는 뚜렷한 기축통화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이슬람국가들 사이에서는 금화 디나르가 통용되었고 유럽대륙에서는 제각기 금화를 만들어 유통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베니스의 금화 두카트, 피렌체의 금화 플로린 등이 대표적인데요, 15~16세기 유럽에서 통용되던 통화가 무려 40종이 넘었다고 하니까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였던 셈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 볼 부분은 기축통화는 로마제국과 같은 초강대국이 발행해야 경제력과 신용을 바탕으로 보다 넓은 지역에서 통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동로마제국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제국의 형태를 유지했지만 여러 작은 나라로 나눠지면서 제각기 통화를 발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20.04. 英 파운드는 2차 대전 후 달러에 패권 넘겨

그렇다면 다음으로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초강대국은 어느 나라였을까요? 신대륙 발견 이후 스페인이 잠시 강대국으로 일어서지만 곧 대영제국에게 밀리면서 영국의 파운드화가 기축통화로 올라섭니다. 특히 영국은 18세기 초중반부터 산업혁명에 앞서면서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동시에 영토에서도 해가 지지 않는 초강대국의 위치를 차지하게 됩니다. 영국의 통화인 파운드화 역시 자연스럽게 기축통화의 지위를 얻게 되지요.

 

그러던 파운드화도 영국이 1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힘을 잃기 시작하자 미국의 달러화에게 기축통화의 역할을 넘겨주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파운드화는 물러가고 그 자리를 미국의 달러화가 차지한 이후 지금까지 독보적인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달러화의 위상이 항상 높았던 것은 아닙니다. 1970년대 초반에는 베트남 전쟁과 냉전비용의 과다지출에다 유럽 경제의 부활로, 1980년대 중반에는 과도한 무역수지 적자와 일본 경제의 부상으로 기축통화로서의 지위가 위협받기도 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이 진원지가 된데 이어 국가신용등급까지 강등당하는 등 기축통화국으로서의 체면을 크게 구기기도 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 경제가 상대적 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셰일원유 개발 및 공급으로 에너지시장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면서 다시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을 되찾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5. 당분간 기축통화 '달러' 독주는 계속될 듯

다만 미국이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달러화의 기축통화로서의 위치가 굳건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경쟁 기축통화국인 유로존이나 일본, 영국이 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상대적인 우위는 유지하고 있지만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국제통화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시 중국은 미국을 겨냥, 특정국가의 통화가 아니라 SDR과 같은 초국가적 준비통화(Super-sovereign reserve currency)를 기축통화로 채택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SDR은 장부상으로만 존재하는 가상의 통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 아직까지는 그 유용성이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비트코인(Bitcoin)과 같은 디지털 암호화폐가 새로운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국제적으로 통용되기 위해서는 먼저 통화로서의 기본조건인 ‘가치저장, 교환수단, 회계단위’로서의 역할을 먼저 충족시켜야 하는데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달러화의 기축통화로서의 독주체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로화, 엔화에 이어 위안화가 도전하는 모양새가 이어질 것입니다. 반면 파운드화의 경우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하여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20.06. 중국 위안화의 SDR 편입 의미와 전망 

시야를 동양으로 돌리면 아시아 기축통화는 중국 동전

對중국 무역 의존도 높은 한국, 중장기적 대안 마련해야

 

중국은 세계최대의 무역대국이자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입니다. 물가수준을 감안해서 계산하는 구매력기준 국내총생산(GDP)에서는 이미 2014년에 미국을 추월하였습니다. 이 같은 중국의 경제력을 감안하면 위안화가 이번에 IMF의 SDR을 구성하는 통화에 편입된 것은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습니다. 중국 정부로서는 위안화가 세계 5대 통화의 하나로 발돋움했다는 점에서 국격을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자신할 것입니다. 또한 이를 발판으로 위안화가 전 세계인이 선호하는 기축통화의 하나로 자리잡기를 바랄 것입니다.

 

사실 로마의 데나리우스를 시작으로 현재는 미국의 달러화가 세계의 기축통화라는 표현은 지극히 서양적 관점입니다. 시야를 동양으로 돌리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권의 기축통화는 중국의 동전이었습니다. 수많은 중국 왕조가 발행한 동전 또는 마제은(馬蹄銀∙말굽 모양의 은괴)은 적어도 19세기까지 주변국들이 선호하는 통화였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삼국시대 무덤에서는 중국 동전들이 많이 발굴되고 있습니다. 전라남도 신안 해저에서 발견된 일본으로 향하던 14세기 중국(원나라) 상선에는 무려 28톤이나 되는 중국 동전이 실려 있었습니다. 불상이나 종을 만들려 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돈으로 사용하려고 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History repeats itself)는 말처럼 중국이 19세기 이후 침체하면서 잃었던 기축통화국으로서의 지위를 100여년 만에 되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셈입니다.

 

중국의 위안화가 SDR 구성통화로 편입되었다고 해서 바로 기축통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중국이 국내 금융시장을 개혁하고 개방해서 글로벌 스탠더드로 올려놓아야 할 것입니다. 세계인들이 보다 안심하고 자유롭게 위안화를 거래하고 보유하고자 할 때 비로소 기축통화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 중앙은행이 중국 정부에 휘둘리는 가운데 위안화 가치가 불안하고 중국 은행들이 부실하다면 누가 위안화를 가지고 있으려 하겠습니까.

 

수출제조업으로 경제굴기에 성공한 중국 정부는 국내 서비스업, 그 중에서도 금융업을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조업에 비해 금융업의 발전, 즉 금융굴기는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의 기축통화국으로서의 복귀가 결코 허황된 것은 아닙니다. 분명한 것은 중국 위안화가 적어도 무역과 투자거래가 많은 아시아권에서는 기축통화 역할을 하려고 할 것이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위안화의 SDR 편입 및 기축통화 지위 획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장기적 영향을 잘 분석하는 동시에 그에 따른 보다 세심한 모니터링과 대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최근에는 일대일로, AIIB 등 중국 주도의 신실크로드플랜에 주변국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중동 등으로 원조 및 자원외교와 인프라 건설 수출, 무기 판매 등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음. 이에 제동을 걸겠다고 나선 것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고 여기에 상당수 선진국들이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음. 2019.5월 추가)

 

 

Reference

고려대학교 ECON110 경제학개론_2019-2 최성환 교수님 강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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