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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Essay

4. 욕망 측정하기 [Essay]

by sonpang 2021.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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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를 참조하여 B의 관점(‘욕망은 측정될 수 있다’)에 대해 논평하시오.

 

A 무의식은 일종의 근본적 역설 안에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무의식이기 때문이다. 무의식이 기에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고, 이게 바로 네 욕망이고, 이게 바로 네가 하고 자 하는 것이라고 말해주어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무의식에 대한 이론이나 사유는 크게 진전될 수 없었다. 20세기의 벽두에 프로이트가 개척한 정신분석학은 바로 이 점 에서 남다른 면모를 갖고 있었다. 먼저 그는 무의식의 존재를, 그 세계에 접해보지 못한 사람 도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고 극적인 사례를 풍부하게 수집해 보여준다. 가령 신경증 환자들의 강박증적인 행동들은, 환자 자신으로서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프로이트 는 그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의 밑바닥에, 환자 자신도 모르고 있는 어떤 상처나 사건, 경험이 묻혀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환자 자신의 경험이고 자신의 입에서 나온 것이기에 그 역 시, 아니 그의 몸이 알고 있는 것이지만, 알고 있음을 모르고 있던 것이다. 프로이트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사실은 어떤 일반적인 욕망에 기초하고 있음을 보여주었고, 그것을 통해 이해 할 수 없던 행동들을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변환시킬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행동들 이 단지 환자들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일상생활 속에도 마찬가지로 항존함을 보여주었다. 꿈, 말실수, 농담 등이 그것이다. 이로써 그는 무의식이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어떤 것, 잠재적 형태로 항존하면서 일상적인 모든 행동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어떤 것임을 보여준 셈이다. ‘나’라는 주체 안에 무의식이 존재한다는 것은, 주체가 ‘의식’과 ‘의식이 알 수 없는 영역’으로 분열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주체란 개념은 불가능하다는, 현대 철학의 매우 중요한 명제가 바로 여기서 명확하게 이론적으로 자리잡게 된다. 

- 이진경, 「욕망을 다스리는 무의식의 힘」(한겨레21, 2000.03.16.)

 

B 기업은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려고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소비자의 욕망을 알 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잘트먼 하버드대 교수는 구매 욕구의 95% 이상이 무의식 영역에 있 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이런 무의식 영역에 존재하는 욕망을 측정하기 어려웠지만 IT 발달로 사람들의 무의식에 내재된 욕망 측정이 가능해졌다. 미국의 보험회사 ‘프로그레시브 인슈어런 스’는 고객의 차에 ‘마이레이트(MyRate)’라는 차량운행기록장치를 장착해 소비자의 욕망을 측정했다. 이를 통해 고객 A는 주말에만 차를 운전하는 반면 고객 B는 매일 중심가를 다니 면서 난폭운전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보험사는 A에게는 보험료를 더 할인해준 반면 B에게는 보험료를 올렸다. 이 방법을 통해 프로그레시브는 사고 보상금을 크게 줄일 수 있었 고 수익률이 개선되었다. 프로그레시브 보험사는 위치 정보가 욕망 정보임을 알았던 것이다. 이처럼 욕망을 측정하는 데 IT가 도입되어 마케팅에 응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뉴로마케 이라고 말한다. 뉴로마케팅에는 fMRI가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는데, 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 용기에 대한 반응을 조사할 때 사용한 것이 바로 fMRI 방식이다. 인지형 방법인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때 사각형의 화장품 용기에 대해 부정적 반응이 더 많았다. 그러나 fMRI로 뇌사진 을 찍은 결과, 사각형 용기에 긍정적 뇌파를 보낸 소비자가 더 많았다. 아모레는 뇌 분석 결 과를 바탕으로 사각형 용기를 사용한 헤라의 카타노 크림을 출시했다. 기초 화장품은 원통형 용기에 담는다는 관행을 깬 카타노 크림은 2006년 아모레퍼시픽의 최대 히트 상품이 되었다. 이러한 사례들이 의미하는 바는 사람의 욕망은 의식적인 이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 이다. 소비자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과 육체적 반응이 욕망의 발현에 깊이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래의 비즈니스는 이러한 욕망을 어떻게 잘 측정하느냐에 달려있다.

- 김중태, 「IT기술 발전으로 무의식 속 욕망 측정」(IT문화원 칼럼, 2013.04.02)

 


제시문 A는 욕망은 무의식이라는 명제로부터 시작한다. 제시문 A를 보면 20세기 프로이트가 개척한 정신분석학 이전에는 무의식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존재하지 않았다. 프로이트가 만든 정신분석학으로부터 무의식을 의식의 세계에서 이해하기 시작하였다. 일단 무의식을 인지하고 분석하는 과정 자체가 무의식에서 일어나지 않고 의식영역에서 행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제시문 B는 차량운행기록장치나 fMRI 방식과 같은 기술로 무의식의 영역을 의식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매개체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제시문 B에서 제시되는 마이레이트와 fMRI 방식은 분명히 차이가 존재한다. 마이레이트의 경우에는 고객의 무의식이 발현된 의식이 영향을 미친 현실세계에서의 운전양상을 측정했다면, 뉴로마케팅의 경우에는 무의식이 발현된 의식을 측정한 설문조사와 의식의 발현을 조절하는 무의식 영역을 연구하였을 때의 결과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는 쾌락중추와 같이 두뇌자극을 분석하는데, 일반적인 상황극을 통해 두뇌자극을 분류하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제시문 A에서 “언급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사실은 어떤 일반적인 욕망에 기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는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흐름은 욕망의 발현에 무의식이 깊이 관여하고 있음을 잘 나타내고 욕망이 측정될 수 있다는 명제가 참에 도달할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욕망이 측정될 수 있다”라는 명제가 가진 가장 큰 의문점은 측정되는 정보가 무엇인가이다. 측정되는 것이 욕망의 방향성인지 욕망의 크기인지에 따라 논평은 달라질 수 있다. 욕망의 크기라는 것은 개인에 따라 다소 상대적이기 때문에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크기의 적정치와 개개인 마다 다른 욕망의 분출율이 달라 욕망의 크기 자체에 대한 비교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욕망의 방향성 추측은 제시문 B에서 제시되는 여러 사례가 타당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욕망의 측정에 있어 크기보다 방향성 추측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논지는 다음 이어질 내용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만약 fMRI에서 A가 B보다 더 많은 긍정적 뇌파를 보낸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단지 A와 B모두 부정적인 반응보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뿐만 암시한다. 이를 A가 B보다 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고 해석하기는 어려운데, 예를 들어 더 큰 구매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드는 한가지 의문은 제시문 B에서 인지형 방법인 설문조사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는데 뉴로마케팅은 어떻게 상반된 결과를 보여주냐는 것이다. 의식이 무의식을 반영한다면 뉴로마케팅에서도 의식의 영역의 결과인 부정적인 반응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는 2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번째는 실제 설문대상자들이 표출하고자 한 것은 새로운 용기에 대한 ‘어색함’이지만 이는 ‘친숙함’이라는 용어에 비해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에서 자주 사용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어색함이 ‘신선함’이라는 측면에서 긍적적 뇌파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해석은 감정의 양면성과 긍정과 부정의 회색지대에 대한 이해와 맞물린다고 생각한다. 두번째 해석은 사람의 심리라고 생각하였다. 흔히 인성검사에서 정확도를 높이기 쉽지 않은데, 그 이유는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타인의 인식이나 개개인의 기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해석은 욕망의 크기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내용과 연결되는데, 이러한 크기 측정의 어려움은 방향성 측정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도중에도 지금 현재의 나의 의식은 무엇이고 무의식은 어떠한 욕망을 이끌어내고 있는 가 생각하면서 다음의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무의식은 무의식일 뿐이다. 우리가 모르기 때문에 무의식이다. 그것이 표출된다고 할 수 있을까? 무의식은 의식으로 표출되는 것이 아니라 의식으로의 전환인 것이다. 따라서 욕망은 그 전환에 있어서 생겨난 욕구의식일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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