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사진은 ‘서울로 7017’ 개장 기념으로 2017년 서울역 광장에 설치되었던 ‘슈즈 트리’의 모습 이다. ‘슈즈 트리’는 높이 17미터, 길이 100미터 규모로 설치된 미술 작품으로, 한 달 동안 3만 켤레의 신발과 폐타이어 등을 하나로 엮어 거대한 더미를 이룬 모습으로 설치되었다. 당시 여러 언론 매체와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이 작품에 대해 “흉물스럽다”거나 “넝마 또는 쓰레기 더미 같 다”는 혹평들이 쏟아졌다. 이 사태에 대한 당시 기사를 참조하여 ‘슈즈 트리’에 대한 자신의 관점 을 서술하되, 주어진 키워드를 중심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의 의미를 근거로 제시하시오.
고대의 예술품들이 계급사회에서 상위계급들의 지식향유를 위해서 많이 사용되었다면, 현대에 와서는 대중성과 공공성을 가짐으로써 예술가들이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19세기 산업혁명이 기술의 발전을 이끌었다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초연결사회는 기술에 적용되는 예술의 대중화를 불러 일으켰다. 예술이 사회의 구조에서 일부분으로 역할을 하여 ‘문화산업’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어릴 때부터 시작하여 수능문제를 풀기까지 우리는 작가의 의도에 대해서 파악함으로써 작품에는 이면적이거나 심오한 내용이 있다고 가정하는 사고에 익숙해져 있다. 예술의 대중화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가능하게 하였다. 즉, 대부분 사람들의 사고과정 흐름에서 나올 수 있는 소재들을 사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대중’과 ‘다중’의 차이를 한 교양과목에서 배운 적이 있는데, 예술은 ‘대중’과 ‘다중’의 특성을 모두 가진다고 생각한다. 공통점 속에서 차이점을 이해하는 것은 앞에서 설명한 틀에 짜여진 사고로부터 해방되는 것과 관련성이 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예술의 자율성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예술이 사회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예술은 인간의 축적된 경험에서 나오는 욕구와 욕망의 세계와 분리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유도할 수 있다.
예술에 대한 의미 판단은 매우 주관적이다. 이렇게 주관적이라는 것이 제시문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이 글에서 ‘슈즈 트리’를 어떻게 평가하는 것과 무관하게 ‘슈즈 트리’의 예술적 가치가 아직 정해져 있지 않고 새롭게 정립될 가능성 또한 희박한 것이다. 이런 사고나 가치의 미완성조차 예술의 자율성이라고 볼 수 있다. 미적 판단은 과학에서의 사고실험과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사고의 틀을 개인의 사고라고 가정하고 그 안에서 예술작품이 잘 작동하는 가를 보면 된다고 생각한다. ‘슈즈트리’를 이 사고실험에 대입한다면 잘 작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누군가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바를 이해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흉물스럽다고 생각 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생각들이 바로 자율성인 것이다. 이 세계 모든 사람들이 한 작품을 보고 똑같은 생각을 한다면 예술작품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것은 단순히 진실, 이 세상의 근본일 것이다. 누구도 그것을 의심하지 않는다면, 그 무언가는 그 자체로 자율적이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은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과거의 예술작품이 우리에게 주는 무언가는 과거의 사람들이 그 작품을 보고 느꼈던 점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제시문의 키워드에서는 ‘대중성’, ‘순수성’, ‘공공성’등 여러 단어를 들고 있는데, 이것이 왜 중요한가? 이러한 키워드들은 단지 예술작품들의 요소를 설명하는데 그친다. 따라서 예술을 예술답게 하는 것은 ‘자율성’이라고 생각하였다.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거나 이미 사람들의 경험이 구축한 세계관에서 잘 작동하면 그것을 예술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소극적 자율성만으로 예술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 비유적 표현이긴 하지만 인간 개개인 그 자체가 예술인가?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율성에 관한 포괄적 적용이 예술 판단을 더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예술에 대한 의미 판단을 매우 주관적이라고 하였는데, 판단이 완전히 주관적이라고 하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예술의 본질과 그 판단기준에 대해 확고히 결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사회의 흐름 속에서 발견한 형식이나 대중의 만족감을 유발시키는 요소를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요소들의 확장이 자율성의 구체화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단편적일 수 있는 작품의 순수한 속성을 기준 삼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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