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시각과 인식 [Essay]

아래 사진은 미국의 사진작가 신디 셔먼의 ｢무제 영화 스틸｣ 연작 중 하나이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고 있는 저 여성은 자신의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생성되고 문화적으로 내면화된 타자의 시선 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본다는 것에는 사회적·문화적·역사적으로 형성된 ‘보는 방식’이 결합되 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진이나 광고 이미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 후, 그 이 미지에 타자의 시선이 어떤 방식으로 개입되어 있는지 분석해 보시오.

아래 사진은 SAMSUNG 광고 중 하나이다. 배경에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7가지의 예를 들고 말풍선으로 홍보하고자 하는 바를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광고에서 주목할 만한 2가지는 QR코드와 #(hashtag)이다.

 

먼저 QR코드는 ‘보다’라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어떠한 내용이 QR코드에 담겨있을지 상상하는 행위로 이어지게 한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여 이미지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이는 프레임의 크기를 확장하는 것이다. 제시문의 프레임 안을 사진 그 자체, 프레임 밖을 제작자 및 관찰자 관점이라고 본다면 프레임 안을 크기를 확장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프레임 안으로 프레임 밖의 관찰자를 이끈다는 점에서 프레임의 경계를 허문다. 하지만 과연 “이 사진을 보는 사람 중에 직접 QR코드를 찍어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라고 생각한다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무선 인터넷을 사용해야 되고 광고를 보고 지나치는데 익숙한 관찰자에게 하여금 여러 단계를 거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표나 중요한 내용이 노출되어야 할 자리에 QR코드를 배치한 이유를 생각한다면 제작자가 가지는 이미지의 권력성을 이해할 수 있다.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광고가 아니라 참여기반의 소셜미디어와 연계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개방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관찰자로 생각하게 한다. 이는 정보통신기술의 도입이 생산성의 향상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생산성 역설’과도 관련있어 보인다. 효과에 대한 장기적인 판단을 유보하고 ‘혁신’과 ‘첨단’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유행성 모방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또한 QR코드를 찍어보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유형의 제품에 현재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광고하고자 하는 유형의 제품에 무관심한 관찰자도 다수 섞여 있는 불특정다수(지면광고 대상)보다 구매의사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관찰자에게 집중적으로 마케팅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관찰자를 선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작자에게 권력이 부여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QR코드의 접속횟수와 관찰자가 어떠한 링크를 타고 이동하는지 흐름을 파악해 광고의 효과측정에 대한 측면에 있어서도 제작자는 그러한 빅데이터를 제공하는 관찰자에게 추가적인 허가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권력을 가진다. 여기서 빅데이터는 만드는 생산자인 관찰자에게는 필요하지 않더라도 제작자에게는 소비습관을 파악해 맞춤형 마케팅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이 될 수 있다.

 

해시태그는 SNS에서 사용되는 기호로 내용물을 분류하는 메타데이터 역할을 한다. 사용자들의 개별적인 사용후기이더라도 해시태그를 통해 홍보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이는 가벼운 주제를 묶어주는 역할에서 이슈를 만들어내는 사회운동 역할을 할 수 있다. 소비자가 공통된 해시태그를 사용하도록 간접적인 가이드를 주는 것은 제작자가 가지는 권력이라고 볼 수 있다. ‘보는 방식’의 확산이라는 점에서 QR코드와 해시태그는 그 역할이 유사하다. 또한 QR코드로 생산된 빅데이터의 활용 가능성, 해시태그로 결집되는 대표상품의 사용흐름은 제시문의 ‘무제 영화 스틸’과 같이 관찰자만의 눈으로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집단적인 무언가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프레임의 확장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집단적으로 생산된 무언가에 대한 접근권한이 제작자에게 부여된다는 점으로부터 이미지의 권력성을 이해할 수 있다. 관찰자가 가지는 QR코드에 접근할지 말지 결정하는 이미지의 자율성은 역설적으로 제작자에게 불특정 다수로부터 상품에 관심있는 관찰자를 선별하는 기능을 부여한다. 따라서 평면적인 이미지가 사회의 발전으로 입체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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