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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 Studies/Economics

17. GDP의 유용성과 한계

by sonpang 2021.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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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GDP(국내총생산)가 한 나라의 경제 규모와 성장 속도, 물질적 번영의 정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것은 사실이지만, 근래에 디지털 경제 확대 등으로 그 신뢰성이 점차 하락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국가의 입장에서 도대체 국민들이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작년에 비해 더 잘 살고 있는지 등을 알려면 뭔가 손에 잡히는 통계가 있어야 합니다. 그 대표적인 통계가 바로 GDP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GDP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도대체 GDP는 어떻게 탄생했고, 왜 GDP에 대한 의문이 확산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GDP 통계는 20세기의 발명품

GDP는 사실 그리 오래된 게 아닙니다. 실제 미국 상무부는 2000년 초 ‘GDP(Gross Domestic Product): 20세기의 위대한 발명 중 하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1930년대 유례없는 대공황을 겪고 있던 미국 정부는 경제가 엄청 어렵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내용은 오리무중이었습니다. 미국 정부가 얻은 수 있는 정보는 기껏 주가와 철도 운송량, 철강 생산량과 같은 단편적인 것들뿐이었기 때문이지요. 경제가 어려워지면 기업들의 주가가 떨어지고 철도 운송량 등이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과연 경제 전체가 얼마나 어려워지고 있는가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을 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같은 점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 상무부가 펜실베이니아대의 사이먼 쿠즈네츠(Kuznets)교수에게 GDP 통계를 개발해달라고 의뢰하였습니다. 쿠즈네츠 교수가 1937년에 처음으로 발표한 이후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GDP가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는데요, 쿠즈네츠 교수는 이 공로로 1971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통계 하나 만든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정도라면 GDP가 얼마나 중요한 통계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이후 GDP는 한 나라 경제의 전체적인 흐름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통계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정부의 입장에서는 경제의 전체적인 흐름을 잘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그 분석을 바탕으로 필요한 정책을 결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경제가 과열이다 싶으면 재정지출을 줄이거나 금리를 높이는 긴축정책을 실시할 것입니다. 반대로 경제가 지나치게 가라앉을 경우에는 재정지출을 늘리거나 금리를 낮추는 경기부양정책을 실시하는 것입니다.

 

 

경제 흐름 파악할 때는 실질GDP가 유용

이렇게 유용한 통계인 GDP는 어떤 정보를 담고 있을까요? GDP는 일정기간(1년) 동안 경제주체들이 생산활동에 참여하여 만들어낸 부가가치가 어떻게 분배되고 어떻게 처분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개인과 기업, 정부와 같은 경제주체들이 생산한 것을 어떻게 나누어 가지고 또 나누어 받은 것을 어떻게 소비 또는 투자하는가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지요.

 

GDP는 크게 명목GDP와 실질GDP로 나눌 수 있는데요,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나머지가 실질금리인 것과 기본원리는 비슷합니다. 명목GDP가 한 나라 안에서 생산된 부가가치를 그 해의 가격을 적용해서 계산한 것이라면 실질GDP는 가격변화를 제거하고 남은 물량으로 측정한 부가가치를 계산한 것입니다. 명목GDP는 국가경제의 규모와 구조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고, 실질GDP는 경제성장과 경기변동 등 경제활동의 전반적인 흐름을 분석하는 데 이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서비스업 비중이 선진국들에 비해 낮다고 할 때는 GDP구조이므로 명목GDP를 사용합니다. 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서비스업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은 서비스업에서의 고용창출이 상대적으로 쉽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서비스업 비중이 60% 안팎으로 미국(78%)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기 때문입니다. 반면 2015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6%에 그쳤다고 말할 때는 전년에 비해 가격변동분을 제외한 물량가치가 얼마나 늘었나를 잰 것이므로 실질GDP가 사용되는 것입니다.

 

 

국민 생활 수준은 1인당 GDP로 비교

'국민총소득(GNI∙Gross National Income)’은 GDP와 함께 알아두면 유용한 통계입니다. GDP가 국내총생산이라는 말대로 생산 장소의 국내여부를 따지는 통계라면 GNI는 국민총소득이라는 말대로 그 나라 국민들이 전 세계로 나가서 벌어들인 임금, 이자, 배당과 같은 소득을 측정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외국기업이 우리나라 소재 공장에서 부가가치를 생산했다면 우리나라의 GDP에 잡히겠지요. 반면 국내에서건 해외에서건 우리나라 국민들이 벌어들인 임금이나 이자 등은 모두 우리나라 GNI로 집계되는 것입니다.

 

GDP와 GNI가 나라별 경제규모를 비교하는 데 유용하다면 국민들의 평균적 생활수준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1인당 GDP 또는 1인당 GNI가 적합합니다. 국제비교를 위해서는 미국 달러로 표시하는 게 편리한데요, 이 때 외환시장에서 결정되는 환율, 즉 시장환율은 변동성이 심할 뿐 아니라 통화의 구매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원화환율이 달러당 800원대에서 2000원까지 급등한 적이 있는데요, 국내에서는 원화의 구매력에 큰 변화가 없는데도 달러표시 1인당 GDP는 반토막 이하가 됐습니다.

 

 

GDP는 제조업 시대에 탄생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지적

그런데 20세기의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GDP에 대한 평가가 최근 들어서는 부쩍 야박해지고 있습니다. GDP의 태생 자체가 대공황 및 전쟁 하에서 제조업 생산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표로 서비스업의 확대 및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거나 이메일과 유투브 등 한계비용이 제로가 되고 있는 디지털경제의 발전 또한 제대로 반영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 등입니다.

 

폴 사무엘슨(Samuelson) 교수는 1940년대에 이미 GDP가 무보수 가사노동을 통계로 잡지 않는 맹점에 대해 “남자가 그의 하녀(?)와 결혼하면 GDP가 감소한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소득불균형과 환경파괴 등을 감안하지 못하는 GDP가 한 나라의 삶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로 한계가 있다는 비판과 그에 따른 대안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의 ‘GDP를 넘어(Beyond GDP)’와 프랑스 정부의 ‘스티글리츠위원회’등은 대안지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관들입니다. 그러나 하나의 지표가 모든 것을 다 말해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GDP는 이런저런 비판을 수용하면서 21세기에도 여전히 의미있는 통계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습니다.

 

 

GDP를 넘어(Beyond GDP)- BLI

“당신의 삶은 어떠신가요? 우리의 삶에는 GDP와 같은 경제통계들의 ‘냉정한 숫자(cold numbers)’ 이상의 뭐가 있지 않을까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를 발표하면서 내놓은 머리말입니다. 2011년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더 나은 삶 지수’는 국가별 삶의 질과 양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요, 소득 뿐 아니라 주거, 직업, 교육, 환경, 건강, 일과 삶의 균형 등 11개 부문을 조사대상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6년 지수에서 평가대상 38개국 중 28위를 차지했는데요, 2014년 25위에서 작년 27위에 이어 올해 28위로 더 낮아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교육(6위)과 시민참여(10위) 부문에서는 비교적 상위권에 자리했습니다. 그러나 환경(37위), 일과 삶의 균형(36위), 건강(35위), 삶의 만족(31위) 등에서는 꼴찌 수준을 맴돌았습니다. 우리나라가 38개국의 1인당 GDP 순위에서는 22위이면서도 ‘더 나은 삶 지수’에서 28위를 차지한 것은 그만큼 다른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1~5위를 차지한 노르웨이, 호주, 덴마크, 스위스, 캐나다 등은 소득수준도 높지만 환경 등 다른 여건도 월등하기 때문입니다.

 

한 나라 국민들의 삶의 질 또는 행복수준을 재기 위해 GDP와는 다른 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행복이 성적 순이 아닌 것처럼 소득 순도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히말라야의 소국 부탄은 1972년부터 ‘국민총행복(GNH∙Gross National Happiness)’이라는 지수를 만들어 행복중심의 발전모델을 택하고 있는데요, ‘더 나은 삶 지수’처럼 소득이나 직업과 같은 경제적 여건 말고도 환경과 건강 등 사회적 여건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안타까운 점은 다른 여러 기관에서 발표하는 국가별 행복지수에서도 우리나라가 중하위권을 맴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유엔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의 ‘세계 행복보고서 2016’에서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157개국 중 58위에 그치고 있습니다. 영국의 신경제재단(NEF)이 발표하는 ‘행복지수(Happy Planet Index)’에서도 151개국 중 63위입니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3만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지만 삶의 질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연간근로시간이 2,124시간으로 세계에서 가장 긴 편인 가운데 두 자리 수의 청년실업률, 50%에 가까운 노인빈곤율 등과 함께 각종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미세먼지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Reference

고려대학교 ECON110 경제학개론_2019-2 최성환 교수님 강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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