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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Essay

11. 비동시성의 동시성 [Essay]

by sonpang 2021.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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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른스트 블로흐의 ‘비동시성의 동시성’ 개념은 서로 다른 시간을 가리키는 두 개의 시계에 비유할 수 있 다. 아래의 키워드와 사진을 참고하여 우리의 삶에서 작동하는 두 개의 시계를 찾아보고, 두 개의 시계 사이에 존재하는 시차의 양상 및 그것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 분석해 보시오.

 

경험, 기억, 마음, 역사, 신화, 문명, 종교, 이념, 가치관, 유행, 과학, 속도, 생체 리듬, 일상, 달력, 사건, 나이, 관습, 무의식

 

 

제시문에는 여러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 중 두 개의 시계로 대립되는 것은 기억과 역사, 과학이 나타내는 시계라고 생각한다. 역사를 기록하고 학습하는 것은 현실에서 직접 행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일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해준다. 역사가들을 중심으로 한 인간들은 여러 사건들을 동일한 시간 지평에서 공존하게 만들어 사건들의 비교를 가능케 하고자 하였는데, 이 때문에 과학자들이 제시한 절대시간의 개념이 역사기록과 실생활에도 도입되었다고 생각한다. 시간의 지평선에서 각 단위의 점들은 하나의 사건이라고 가정할 때, 연속된 사건 사이의 시간을 단위시간으로 정의할 수 있다(타임라인). 즉. 인간의 기억은 과학에서 말하는 1s를 단위시간으로 정의하지 않고 개별적인 사건의 발생 시각 차이를 단위시간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기억과 역사, 과학은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를 쉽게 설명하자면, 상대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던 날(다사다난)이 더 길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또 기억의 소멸, 망각에 따라서 과거가 현재에 비해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끼는 이유이다.

 

이러한 두 개의 시계 중 기억은 미시적 차원에서 주어진 데이터라는 촘촘한 직물과 같이 역사가의 생각(양)과 의도(방향)를 가지는 벡터적인 존재이다. 이때 데이터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허술해지고 헐거워진다. 이러한 기억은 학습이라는 구속력을 잃게 만들고, 그 틈을 인간의 뇌가 왜곡하게 만들어 어느 정도의 자유로운 주관성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다만, 그 왜곡이 지나치면 오히려 인간 문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역사와 과학의 시계가 이를 보완해준다. 따라서 두 개의 시계가 만들어 내는 시차의 결과는 화해적이라고 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그 틈이 자유로운 주관성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동일한 사건이 있더라도 인간은 다양한 결과를 내고 이는 진화론적 관점으로도 문명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두 개의 시차의 결과가 화해적이라는 사실이 두 개의 시계가 독립적인지 양립적인지 판단하는 준거로서 될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은데, 역사도 결국은 역사가의 기억에 의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립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사진이나 문서도 메타데이터(데이터에 관한 구조화된 데이터로 다른 데이터를 설명해주는 데이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두 개의 시계가 가지는 독립적인 영역들이 겹침으로써 양립적인 특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즉, 과학이 기억이 오래가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기억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뇌활동이고 역사는 기억에 학습적인 요소를 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과학은 이러한 역사의 기록을 방대한 데이터의 축적, 저장, 분석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시차의 결과는 화해적이고 두 시계는 공생적인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만약 기억이라는 장치없이 사실 그대로를 1s라는 단위에 맞추어 산다면 기억의 소멸이 있기에 느끼는 아쉬움, 새로움을 느끼는 감흥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기억에만 의존한다면 개개인의 기억이 왜곡된 정도의 차이에 따라 논쟁이 발생하고 이를 중재할 역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분란이 조장될 것이다. 따라서 두개의 시간이 공존하고 그로 인해 시간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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